하나님이 주신 고귀하고 위대한 이름
하나님이 주신 고귀하고 위대한 이름
목사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고국 방문을 앞둔 2달 전부터 어머니의 치매 현상이 급격히 심해지셨습니다. 매일 들려오는 소식은 사건의 연속이었습니다. 큰 아들이 자기를 죽인다고 아파트 난간에서 소리 지르시고, 자기집이 아니라고 집에 들어가시지 않고 길거리에서 떼깡 부리시고, 온 집안 물건을 다 끄집어 내시고,
이불을 찢으시고…
그래도 저는 가족들에게 말했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럴 수 있다고. 그리고 허약해지셔서 그럴 수 있다고. 그래서 날씨가 선선해지면, 영양을 보충시켜 드리면, 다시금 원 상태로 회복되길 것이라고…
그리고 회복되실 것을 믿고 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결국 치매 1급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이는 죽음의 소식은 아니었지만 절망적 소식이었습니다. 가족들이 감당하다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최종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 도착하기 1주일 전 결정입니다.
요양원으로 모시면 한달 이상은 적응 기간으로 아무도 만날 수 없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울타리 너머로 겨우 어머니의 얼굴만 보고 와야 한다는 생각에 미어져오는 가슴을 쓸어 안아야 했습니다. .
그런데 알고 보니 이런 일은 내게만 닥친 일이 아니라 오늘 날 연로하신 분들이 대부분 겪는 가정과 사회에 새로운 어려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도했습니다. 이제는 어머니를 한번만이라도 뵙고 저를 똑바로 알아보시길 기도했습니다.
제가 한국에 도착하기 전까지 다행히 어머니는 요양원으로 들어가시지는 않고 집에서 도우미 아주머니의 보호를 받고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보자 금방 누군지 알아보셨습니다. 저는 흐르는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도 함께 우셨습니다. 저는 슬퍼서가 아니라 너무나 주님께
감사해서 울었습니다. 하나님의 저의 작은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움직이시질 못하시고 아픈 다리를 호소하고 계셨습니다. 1주일 전 바닥에 넘어지셨는데 아프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진을 재차 찍은 결과 골반 뼈가 부러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병원에서 또 다른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를 통보 받아야만 했습니다
수술을 하지 않으시면 움직이시지는 못하고 결국 허약해 지시거나 욕창으로 돌아가시게 된다는 것과, 수술을 할 경우 연로가 많으신 관계로(85세) 수술 중 돌아가실 수도 있고 수술 후 한달 안에 돌아가실 수도 있고 (일년에 한 두 명 정도 실제로) 그래서 장담을 못하겠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결국 결과는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저와 형님은 수술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치매 노인의 또 다른 어려움을 안고 있었습니다. 수술 후 이상 행동으로 다시 부러뜨릴 수 있다는 것 그땐 재수술이 불가능 하다는 것.
수술 전 대기 일주일은 길고도 막막한 시간이었습니다. 밤새 잠을 주무시지 않고 소릴 지르시고 정말 하루 하루가 노심 초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수술도 잘 받으셨고 회복도 생각보다 잘 이뤄가고 계셨습니다.
목사 안수를 받고 온 날 어머니는 저를 붙들고 우셨습니다. 목사 안수 받는데 못 가서 미안하다고. 전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너무나 제게 행복한 선물을 주신 것이라고 위로해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정신과 약을 통해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셨습니다. 치매 현상으로 보인 것이 약물 중독으로 인한 정신적 질환이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치매기가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거의 정상적이 되셨습니다. 기억을 정확히 하시고 모든 이들을 정확히 알아보셨습니다.
이태리로 돌아온 후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6주의 치료를 견디시고 이제 다시금 일어나 걸으셔 집으로 퇴원 하셨다고. 그리고 식사도 잘하고 계신다고.
현재 어머니는 요양원에 계십니다. 처음엔 마음이 몹시 아팠지만 지금은 주님께 너무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여러 노인 분들을 아주 전문적으로 돌보는 곳입니다. 매일 목욕시켜 드리고 제 때에 음식을 드리고 같이 놀아주며 항상 보살펴 드립니다. 이제는 전화도 자주하지 않습니다. 단지 기도할 뿐입니다. 예전엔 전화하면 보통 1시간이상 하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지금은 단 몇 마디 할 뿐인데도 마음이 너무나 편안하고 기쁨이 찹니다.
.“어머니 좀 고생스러우시겠지만 그래도 살아계시니 전 참으로 행복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 위해 늘 기도합니다..”
어머니도 짧게 대답하십니다. “나도 너를 사랑한다. 나도 열심히 기도하고 있어”
어머니는 이렇게 아들을 자랑하고 다니신 답니다. 우리 아들은 특별한 목사라고.
오늘도 저는 어머니의 그 자랑과 기도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나님은 이 땅에 우리 모두에게 가장 고귀하고 위대한 이름을 주셨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어머니”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