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구조(인지심리학)
감각정보를 받아들여 선택, 변형, 저장,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인지라고 할 수 있다. 즉 인지란 감각정보의 입력단계에서부터 그것이 처리되어 행동으로 나타나는 출력단계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머리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과정을 일컫는다고 할 수 있다. 인지심리학은 인간을 하나의 정보처리자로 간주하며 정보처리의 단계들과 그 과정, 정보처리 기제 등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이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정보의 선택기제인 주의로부터, 정보의 저장과 관계된 기억, 그리고 정장된 기억이나 지식을 사용하는 문제해결이이나 추론, 더 나아가 언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지식과 정보처리 과정을 다룬다. 좁은 의미에서 인지심리학은 주로 인간의 정보나 지식의 습득과 저장, 사용과 같은 주제들을 다루는 분야로 정의되지만 넓은 의미의 인지심리학은 인간의 발달이나 사회, 산업 혹은 이상행동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정보처리적 접근을 시도하는 모든 심리학적 분야를 통칭하여 일컬을 수 있다.
1.정보처리의 기본 개념
외부에서 들어온 자극정보는 감각저장소에 일단 등록된다. 이 감각저장소에 있는 자극정보내용들은 자극의 특성에 따라 혹은 우리의 기대나 필요에 따라서 일부가 선택되어지는데 이러한 선택과정을 주의라고 부른다. 선택된 정보들은 곧 단기기억을 맡고 있는 곳으로 넘겨진다. 이들 단기기억 내의 정보내용들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밖에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암송 등의 능동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게 되면 망각되어 버린다. 단기기억 내에 있던 정보내용 중에 어떤 것들은 능동적인 구성과 부호화 과정을 거쳐 영구기억으로 전환되어 저장용량에 거의 제한이 없는 장기기억구조 내에 저장된다.
감각저장단계를 거쳐 단기기억 내에 수요된 정보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장기기억 내의 정보와 비교되어 해석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과정을 형태재인이라고 부른다. 형태재인을 위해서는 장기기억으로부터 자극과 관련된 정보가 단기기억 내로 인출되어야 한다.
2.감각등록기와 감각기억
자극정보는 감각등록기라는 곳에 일단 모두 저장된다. 이곳은 일종의 대기실과 비슷한 곳으로서 정보가 그곳에 들어오면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머무르다가 곧 없어지거나 다음 단계로 처리된다. 감각등록기에는 시각, 청각을 비롯하여 모든 감각양식에 상응되는 것이 있다.
감각등록기에 저장될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제한이 없지만 우리가 즉각적으로 회상해 낼 수 있는 정보량은 제한되어 있다. 감각기억의 존재를 최초로 거론한 사람은 George Sperling이었다. Uric Neisser는 Sperling의 실험에서 유추되는 감각기억의 형태를 영상기억으로 명명하였다. 영상기억은 재빨리 퇴조되어 없어지거나 새로 수용되는 자극내용에 의해 대체되어 지워지기 때문에 그 수명이 대개 1초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각정보는 시각정보 보다 천천히 없어진다. 영상기억과 구분하여 청각등록기 내의 감각적 기억을 잔향기억 이라고 부른다. 잔향기억은 대개 몇초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말의 전후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정보의 선택: 주의
인지심리학에서는 우리의 현재 의식을 주관하고 있는 중추의 용량이 매우 작기 때문에 감각기관을 통하여 입력되는 모든 정보 가운데 현재의식과 관련된 제한된 양의 정보만이 주의에 의해 선택되어 처리된다고 가정한다. 대부분의 정보처리 이론은 감각등록기에 담겨 있는 정보는 감각의 복제물과 유사한 것으로서 그 내용에 아직 해석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가정한다. 감각등록기에서 주의과정에 의해 정보가 선택되어 의식에 반영된다는 설명은 내용이 해석되지 않은 정보를 무엇을 기준으로 선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정보의 초기 선택이론과 후기 선택이론은 서로 다른 설명을 제공한다.
1)초기 선택이론
이 이론에 의하면 감각정보는 수많은 채널을 통해 대량유입되는데 우리의 의식중추는 용량이 작아 그것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병목현상이 일어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주의과정이 제한된 채널의 정보만을 통과하도록 만든다. 초기 선택이론에 근거한 주의모형은 선택되지 않은 정보의 내용과 의미 처리 여부를 놓고 다시 여과기모형과 정감모형의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여과기모형: 병목에 모종의 여과기가 있어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특정 채널의 정보만을 통과시켜 그 의미가 처리되도록 하지만, 그 외 채널의 정보는 의미가 전혀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걸려지게 된다고 가정한다. 이 이론은 양분청취 이론에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2)후기 선택이론
이 이론에서는 모든 채널로부터 유입되는 정보에 대하여 똑같이 개략적인 수준의 분석이 수행되며 그 분석 결과에 주의가 작용하여 현재 의식에 적절한 내용의 정보만이 선별된다고 가정한다.
*적절성모형: 적절성 모형은 Norman이 제안한 후기 선택이론의 입장
대표하는 이론이다. 입력되는 감각정보는 모두 재인이 되지만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채널로 유입되는 정보만이 반응에 반영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널로부터의 정보는 재인 이상의 단계에서 처리되지 않게 된다. 재인이란 입력자극이 기억과 대조되어 사물이나 사건의 정체와 의미가 파악되는 것을 말한다.
4.형태재인
감각기억 내의 입력자극정보와 장기기억을 대조하여 현재 주어진 자극의 형태로부터 의미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형태 재인이라 한다. 여기서의 핵심적 문제는 어떻게 자극정보와 기억속의 정보가 대조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판형이론:입력된 자극들이 우리의 머리속에 저장되어 있는 판형들과 비교
되는 과정에서 재인이 이루어진다는 견해를 편다. 이들 판형들은 과거의 경험을 통하여 형성된 기억 속의 형태들로서 장기기억 내에 저장되어 있다고 전제된다. 그러나 이 이론은 입력되는 무한한 형태의 자극을 처리하기 위해서 무한한 개수의 판형이 필요하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형대조이론: 판형보다는 형태의 필수적인 요소를 간추린 기록목록에 의
해 행태재인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한다.
*특징분석 모형: 형태의 특징요소들이 정보처리의 첫 단계에서 먼저 분석
된 뒤 이들 특징에 기초하여 재인이 이루어진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5.지식의 표상
형태재인의 개념에 의하면 현존 자극의 지각적 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지각표상 또는 지각체와 그것에 대응되는 기억표상이 따로 존재해야 한다. 여기서 표상이라 함은 정보처리의 산물로서 발생된 사물이나 사건에 대응되는 심적 구조물을 일컫는다.
현존 자극의 지각표상은 자극정보가 어떤 감각기관을 통하여 입력되었느냐에 따라 다른 양식을 취한다. 눈을 통해 입력되는 시각정보는 공간적으로 연장되어 있어 자극이 제시되어 있는 동안 존속되지만 귀를 통해 입력된 청각정보는 시간적으로 연장되어 있어 그 수명이 한 순간에 그친다.
기억정보의 표상양식에 관하여 명제론자는 모든 정보가 추상화되어 명제양식으로 표상된다고 주장한다. 명제는 의미를 나타내는 지식의 최소단위, 즉 진위를 탄단할 수 있는 의미의 최소단위로 정의된다.
6.기억
1)단기기억
단기기억은 감각기억보다 훨씬 적은 양의 자료들만을 담고 있으며 반복 또는 복습되지 않으면 곧 그 내용이 망각된다. 단기기억은 제한된 면적을 가진 작업대처럼 기억자료를 담을 수 있는 용량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이상의 정보가 투입되면 마치 작업대 위에서 공구가 밀려 떨어지듯 정보의 일부가 단기기억에서부터 탈락되어 망각된다. 그러나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이용하여 주어진 정보를 재부호화하여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 보는 능력 때문에 우리는 제한된 용량에도 불구하고 단기기억에서 막대한 양의 정보를 다룰 수 있게 된다.
단기기억은 암송에 의해 그 내용이 반복되지 않으면 곧 망각되어 버린다.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있다.
첫째 설명은 단기기억 내에서 마치 부식에 의해 쇠붙이가 삭아 없어지듯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억흔적이 희미하게 퇴조되어 소멸된다는 것이고, 두번째 설명은 회상해야 될 정보가 기억 속에 있지만 그 밖의 다른 여러 정보의 간섭에 의해서 회상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두가지의 유형으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역행간섭으로 나중에 단기기억 체계 내에 들어온 새 정보가 먼저 있던 오래된 정보를 단기기억 구조 밖으로 밀어내어 회상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순행간섭으로 먼저 드러온 정보가 나중에 들어온 정보의 회상을 방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역행간섭에 의한 망각은 단기기억의 용량의 한계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간주되며 순행간섭에 의한 망각은 간섭에 의한 인출 불능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된다.
2)장기기억
장기기억은 현재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인출 가능한 모든 것을 일컫는다. 이 기억의 두드러진 특징은 그 양상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저장되어 있는 정보의 내용뿐 아니라 기억에 사용되는 부호, 정보가 재부호화 또는 추상화되는 방법, 기억의 구성, 기억의 지속성 등의 측면에서 장기기억은 다양하고 광범위한 양상을 보인다. 장기기억은 오감을 다 사용하여 부호화하지만 의미부호에 크게 의존한다.
*구성: 명제그물, 도식 및 각본
많은 심리학자들은 장기기억을 도서관의 장서 본관체계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 구성망의 체계에 따라 모든 정보가 분류되어 있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기억 정보간의 상호 관계의 구조를 포착하는 표상양식으로서 도식을 사용한다고 가정한다. 도식은 한 사물의 속성을 나타내는 칸구조와 그 칸 속에 표시되는 속성값을 통하여 기억 정보들간의 관계구조를 표상한다. 도식은 정적 개념의 의미뿐만 아니라 동적인 사건의 진행 순서에 대한 표상에도 사용될 수 있다. 사건을 표상하는 도식을 각본이라고 하는데 인지심리학에서는 우리의 머리 속에 일상적인 일의 수행과 관련된 다양한 각본들이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가정한다.
*의미기억, 일화기억, 절차기억: 외현기억 대 암묵기억
+의미기억- 우리나라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것과 같은 일반적이며 본질적인,마치 사전에 나와있는 뜻풀이 같은 기억.
+일화기억- 고향 친구가 얼마전 결혼했다와 같은 개인적이며 특수한, 마치 일기장에 적힌 글의 내용과 같은 기억.
+암묵기억 -의식적으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전에 경험한 감각적 내용이나 운동 기술등이 자동적으로 사용되어짐.
+절차기억- 운동 기술의 습득이나 시각 혹은 다른 감각적 정보의 저장과 관계된 기억이다. 더 넓게는 자동화된 습관이나 혹은 조건형성 역시 절차기억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망각
기억이 영구적이면 왜 망각이 일어날까?장기기억에서의 망각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정보의 간섭과 억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이와같이 정보간의 억제가 망각의 원인이 된다는 이론이 수면연구에서 강력하게 뒷받침되고 있다. 결국 장기기억에서의 망각은 간섭에 의한 인출실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부호화 특정성 원리와 재인 및 회상 기억
설단현상은 알고 있지만 생각 날 듯 말 듯한 현상을 말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과 회상할 수 있다는 것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 기억항목이 부호화될 때 그것과 함께 부호화됐던 여러 단서들이 회상시에 복원되면 회상확률이 대개 높아지는데 이를 부호화 특정성 원리라고 부른다. 재인기억은 글자 그대로 이전에 경험했던 사실을 기억을 통해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회상기억은 학습한 항목들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항목들을 인출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두 기억의 차이, 정확히 말하면 기억 검사 절차의 차이는 재인기억에서는 원래 항목들 자체가 단서로서 제시되는 데 비해, 회상기억에서는 아무런 단서가 제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단서효과 때문에 일반적으로 재인기억수행이 회상기억수행을 앞지르게 된다. 그러나 재인기억의 우위현상은 회상할 수 없다는 것이 반드시 망각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5-
3)단일 기억구조 이론과 처리수준 모형
기억을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분리해서 보는 이중기억론과 달리 기억구조를 단일구조로 보는 학자들이 있다. 이들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이 Craik과 Leckhart에 의해 제시된 처리수준모형이다. 이 모형에 의하면 우리의 정보처리 기관에 수용되는 자극들은 가장 심도가 얕은 감각적 분석에서부터 가장 심도가 복합적이며 추상적인 의미의 분석단게에 걸쳐 처리되어진다. 이 모형은 기억흔적의 수명이 처리수준에 의해 좌우된다고 규명한다.
4)기억의 생리학적 기초
아직까지 실제 기억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우리 내부에서 어떤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기억의 생물학적 기초에 관하여 장기기억이 뇌 구조의 영구적인 변화를 포함한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합의를 보이고 있지만, 그 변화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의 대립을 보이고 있다.
5)기억증진법
어떻게 하면 기억증진을 통하여 학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까? 기억해야 할 내용을 의미있게 부호화하는 것과 관계된 방법으로 우리는 주어진 기억소재를 재구성 또는 재부호화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부익부빈익빈'은 어쩌면 경제 현상보다 기억 현상에 더 잘 들어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기억될 정보와 관련이 있는 지식체계가 크면 클수록 그 정보를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그것은 기존 지식 체계가 새로 투입되는 정보를 의미있게 조직화하고 재부호화하여 정보 처리 용량의 부담을 줄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장기기억의 그물망 내에 표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심상을 이용하면 기억력이 증진된다. 예를 들어, 담배-피아노와 같은 짝지워진 단어목록을 학습할 때 피아노의 건반에 담배가 끼워 물린 광경을 마음 속에 그려봄으로써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기억의 효과는 심상이 기억된 항목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직화하며 언어와 심상 이중위 기억 부호를 사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오래된 기억법 중의 하나로 장소법이 있다.
7.문제해결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하는 인지과정이나 원리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본다.
*차이감소법- 시작상태와 목표상태의 차이를 단계적으로 줄여 나감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방법으로는 연산법과 발견법이 있다.
*유추에 의한 발견법- 추리소설에서 처럼.
*부화효과- 틀린 문제해결 방법에 고착되어 올바른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하다가 문제풀이를 중단하고 쉬고 있는 사이에 틀린 방법에 대한 고착이 완화되면서 억제되어 있던 올바른 방법에 대한 착상이 돌출한다.
8.추리
추리는 문제해결의 한 가지 방법으로 발견법에서와 달리 주어진 전제를 근거로 논리적 사고에 의해 올바른 결론을 유도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추리 방법은 크게 연역적 추리와 귀납적 추리로 나눌 수 있다. 연역적 추리는 전제로부터 확실성을 갖고 올바른 결론을 찾아가는 방법을 말하며, 귀납적 추리는 전제로부터 확률적으로 올바른 결론을 찾아가는 방법을 말한다.
9.언어와 사고
사람의 인지작용을 논하는 자리에서 언어를 빼 놓을 수 없다.언어를 매개로 하여 생각하며 의사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사람을 다른 종과 구분짓게 해주는 가장 뚜렷한 차이점이다. 언어에는 법칙성과 생산성이 있다. 동물의 의사소통에 이용되는 소리나 몸짓에는 법칙성과 생산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언어의 한 형태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현대 인지심리학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언어에는 법칙성과 생산성이 있다. 결합하고 나열하는 법칙을 앎으로 우리는 전에 한번도 해보거나 들어본적이 없는 말을 하거나 이해할 수 있다. 동물들의 의사소통에 이용되는 소리나 몸짓에는 바로 이와같은 법칙성과 생산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언어의 한 형태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현대 인지심리학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자연언어의 형식이 얼마나 다양하며 모호한가와 함께 사람이 얼마나 자연언어 처리 능력이 뛰어난가를 엿보기 위해 경상도 방언으로 된 문장을 하나 예로 들어보자. "가가 가가가?" 이는 다른 지방 사람들에겐 해독 불가능한 문장이다. 그러나 경상도 사람이 적절한 억양을 섞어 들려주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그 아이가 가씨이냐란 뜻이다. 만약 자연언어에서 하나의 문장이 주부와 술부로 이루어진다는 보편적 지식을 알고 있다면 이 괴기한 문장의 해독은 더이상 불가능할 것도 신비할 것도 없어진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나 이론적 입장을 종합하면 모든 사고가 언어로써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언어가 사고나 지각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10. 의식
의식이란 사람들이 외부세계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지각이나 느낌이나 생각들에 대한 자각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의식하고 있는 것은 우리 주변에 대해 우리가 보고 듣고 만져서 알고 있는 것, 우리가 생각하거나 계획하는 것, 기억해서 알고 있는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 우리의 가치나 태도와 같은 것들일 것이다.
의식과 주의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보통 주의를 받은 자극들이나 기억내용 등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각하게 된다. 그러나 의식과 주의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의식적으로 자각하지 못하는 자극들에 대해서도 선택적 주의가 일어나고 이에 대한 반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11. 인지과학과 인지심리학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반영되어 있는 하나의 소우주라 불리울 만큼 매우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어, 마음의 구조와 작용을 이해하려면 그것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 봐야 한다. 인지과학은 바로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새로 탄생하게 된 21세기의 정보화 사회를 주도해 나갈 첨단학문으로서, 인지심리학, 과학철학, 신경과학, 인공지능학, 언어학, 인지사회학 등 여러 학문들 간의 학제적인 연결고리를 통해 마음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신생학문이다.